[백두대간 대장정] 25구간 큰재∼국수봉∼추풍령(17.5km)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큰 스님이 남기신 대표적인 법어다. 대체로 '사물의 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그 본질을 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두대간 산행에 앞서 해당 구간의 거리, 산 높이, 날씨 등에 따라 스스로 힘들 것이다, 아니면 다소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예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예단이 한 번도 맞아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다. 지난 2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과 모동면을 잇는 66번 지방도가 지나는 큰재에서 충북 영동군 추풍령 구간의 25차 산행도 그랬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백두대간 25차 산행에 따라나선 기자는 정말 '초죽음'이 되어 산에서 내려왔다. 구간 최고봉인 국수봉 795m, 도상거리 17.5㎞만 믿고 8시간 남짓이면 구간 종주를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습도마저 높아 숨은 턱에 차오르고 물을 마셔도 갈증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한 듯 흠뻑 젖어 마치 물먹은 스펀지를 연상케 했다. 산행거리도 도상거리보다 2.2㎞나 더 길어 산행시간은 예상보다 1시간 이상 늘어졌다. '사물의 겉모습에 집착한 나머지 산(대자연)을 제대로 보지 못한 어리석음'의 결과였다.

지난 24일 오전 8시 경북 상주시 공성면 큰재에 도착한 종주팀 45명은 이미 폐교된 옥산초교 인성분교 앞 도로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몸 풀기 체조를 하고 산행에 나섰다. 폭염경보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날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비교적 선선한 날씨였다. 구간 최고봉이자 첫 목적지인 국수봉(795m)까지는 3㎞로 출발점인 큰재에서 수직으로 470m를 올라야 한다.

예상과 달리 들머리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다. 30여 분을 올랐을까 드디어 가파른 급 경사길이 계속된다. 날씨가 흐렸지만 습도가 높은 탓에 이마와 등줄기엔 연방 땀방울이 맺힌다. 하지만, 박광호 등반대장, 남봉순·김덕신 대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국수봉을 향해 나아간다. 1시간 30분 만에 첫 목적지인 국수봉 정상에 올랐다. 특별한 전망은 없었지만 봉우리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했다. 국수봉에서 용문산 기도원 갈림길까지는 내리막으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구간 두 번째 봉우리인 용문산(710m)까지는 도상거리로 2㎞이지만 체감거리는 이보다 훨씬 먼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봉우리 서너 개를 넘어야 용문산에 오를 수 있다. 용문산 정상은 헬기장이 있을 정도로 비교적 넓다. 정상석 바로 옆에는 '김천시 시 승격 60주년 기념 백두대간 60㎞ 걷기 대회' 구간 확인용 스탬프 보관함이 눈에 띄었다.

용문산서 작점고개까지 도상거리는 4㎞로 날씨가 덥지 않다면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넉넉하게 2시간 정도 계산하고 산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용문산을 출발한 종주팀은 687봉을 지나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죽전리와 경북 김천시 어모면 능치리를 잇는 고개인 갈현을 거쳐 점심을 먹기로 한 작점고개에 도착했다.

구간 산행의 중간지점이었지만 몸은 이미 종착점에 도착한 것처럼 지쳤다. 꿀맛 같은 점심을 마치고 박광호 등반대장의 후한 인심 덕에 한참을 쉴 수 있었다. 쉬는 틈을 이용해 전쟁 중 어느 병사의 목숨을 구했다는 네 잎 클로버를 몇 개 찾아 종주팀 대원에게 건넸다.

추풍령과 김천을 연결하는 작점고개에서 목적지인 추풍령까지는 8.5㎞로 502봉을 제외하면 그다지 높은 봉우리는 없다. 하지만, 오르고 내려야 하는 봉우리가 여러 개 있어 쉽지 않은 구간이다. 모처럼 긴 휴식을 즐긴 종주팀은 도로를 건너 산길로 접어들었다.

10여 분쯤 갔을까 등산로는 산길이 아닌 군사 작전도로로 접어든다. 뙤약볕에 달궈진 시멘트 포장길은 가마솥 같은 열기를 그대로 전했다. 한참을 올랐을까 등산로는 다시 숲길로 이어졌다. 그늘이라 좋았지만 급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숨을 헐떡이며 능선 아래로 방향을 잡았는데 다시 시멘트 포장길로 이어졌다. 별다른 표시가 없는 지점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멘트 포장길로 계속 오르면 묘함산 군사시설로 잘못 갈 수 있다. 시멘트 포장길 오른편 숲 속으로 접어든 종주팀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사기점 고개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임도와 등산로가 겹쳐 있어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봉우리에 올라선 이후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지면서 삼각점이 있는 435.7봉을 지나 오르막에 올라서면 502봉에 닿는다.

502봉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이젠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하지만, 마지막 3㎞로는 종주팀에게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런 거리였다. 앞만 보고 걷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드디어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금산(370m)이 눈앞에 펼쳐졌다. 금산은 산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전혀 없었다. 산의 절반은 채석으로 훼손돼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까마득한 낭떠러지였다. 이 구간을 지나는 등산객은 특별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금산에서 내려선 종주팀은 포도밭을 지나 목적지인 추풍령 공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상주의 낮 최고기온은 32도, 여기에다 짜증 날 정도 높은 습도를 이겨낸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수박 3통 지고 의기투합 '뚜벅이 산행'

                                                                       S&T중공업 김상유 대원

언제나 그렇듯이, 배낭을 챙길 때는 새색시 손끝 잡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두근거린다. 새벽 5시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잠깐 졸은 것 같은데 어느새 목적지 근처라며 깨운다. 차창 밖에는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간단한 체조가 끝나자 추풍령을 향한 17.5㎞의 본격적인 '뚜벅이 인생'이 시작된다.

입산하면서부터 오르막길. 헉헉 소리가 산에 메아리쳐도 누구 한 사람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3㎞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국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땀이 그냥 나는 게 아니라 솟구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누군가 배낭을 열고 언 막걸리를 꺼내자, 부침개며 고추튀김도 함께 나온다. 이 맛에 산에 더 자주 오르나 보다. 몇 개의 고개를 넘고 봉우리를 올라 작점고개에 다다랐다. 팔각정 아래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으면서 시원한 미숫가루 국물을 몇 컵이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잠깐의 휴식으로 재충전이 끝날 때쯤 온전한 수박 3통이 살포시 미소를 건넨다. "나도 데려 가이소...!" 한참 고민 끝에 나와 김덕신 대원, 최영문 대원이 의기투합하고 각자 한 통씩 배낭에 짊어졌다. 만만한 무게가 아니었지만, 백두대간 종주팀의 구호가 무엇인가? "We can do it!" 아닌가?

속옷이 젖을 만큼 땀을 흘리며 산등성이에 올라 수박파티를 열었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고 맛있었다. 내 한 몸 힘들어도 저렇게 동료가 좋아하는데…. 가슴이 뿌듯했다.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걱정했지만 산신령님 덕분에 비는 피했다. 추풍령까지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도착했다. 25차 백두대간 대장정의 '뚜벅이 산행'도 자부심과 함께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다시 확인한 S&T그룹 가족애 감동

                                                                     S&T저축은행 김종민 대리

후덥지근하고 습한 장마철 날씨다. 백두대간 대장정에 참가를 결정한 순간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4번이나 참가했지만, 큰재에서 추풍령에 이르는 구간은 거리가 길고 혹독한 날씨 때문에 산행 초보자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올라가면 내려올 산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올라갈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백두대간 대장정에 참가하면서 참된 이유를 조금씩 깨닫는 중이었다. 그 순간 사건은 시작되었다.

작점고개에 도착 할 무렵의 내리막길이 화근이었다. 오른쪽 무릎에 이상신호가 왔다.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점심 먹고 쉬면 나아지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착각이었다. 오른쪽 무릎에 이상이 생기면서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제대로 걷지를 못하니 행렬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었다. "자네 괜찮아?" S&T중공업의 박재석 사장님이었다. 아~ 하필이면…. 사장님에게는 힘든 내색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솔직하게 몸 상태를 말했다. 의료담당 대원이 도착하자마자, 침으로 응급조치를 받았다. 당장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무사산행을 위해 끝까지 도움을 주신 S&T중공업의 김현우 의료담당 대원과 S&T저축은행 동료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따르릉~' 한 통의 전화가 회사로 왔다. "다리는 괜찮으세요, 걱정이 돼서…." 응급조치를 해주었던 김현우 대원이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또 한 번 얼굴이 붉어졌다. S&T가족이란 말이 새삼 떠올랐다. 가족이기에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는 마음, 이것이 진정 서로 위하는 버팀목이 아닐까? S&T 백두대간 파이팅! we can do it 파이팅!